행동경제학으로 바라본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카 집중전략
테슬라 한 기업의 시가총액이 세계 모든 자동차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 보다 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은 전기차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라고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는 이 때에 유독 유명한 한 자동차 기업만 우리는 전기차보다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바로 도요타 입니다.
도요타는 전기차에 명백한 한계가 있으므로, 새 시대의 자동차의 답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라고 전망하며, 전략적으로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도요타의 전략에 대해서는 아래 슈카월드 영상에서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이브리드카로의 전략이 좋은 선택일지, 미래의 자동차 시장 지형이 하이브리드카 중심이 될지, 전기차 중심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위주를 전망하고 있고, 업계가 그렇게 움직이면서 소비자와 시장을 리드할 수 있기에 실제로 전기차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은 됩니다.
다만, 이 포스팅에서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은, 혹시 어쩌면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로의 방향 선택을 냉정한 미래 전망을 통해 내놓은 것이 아니라, 행동경제학에서 설명되는 인간이 가지는 몇가지 오류에 의해 선택하게 된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입니다.
1. 손실회피 성향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같은 양의 이익에 비해 같은 양의 손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유명한 S자 곡선을 보이는 전망이론 그래프를 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0.05달러를 벌었을 때 10.7정도의 가치를 인식하는 반면, 동일한 0.05달러를 잃었을 경우는 40만큼의 마이너스 가치를 인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이러한 인식에 따라 투자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다양한 종목에서 수익이 난 것에 기뻐하기 보다는 손해가 난 것에 더 민감하게 신경쓰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에서도 마찬가지 일 수 있습니다. 미래 자동차의 주요 방식이 될 수 있는 플랫폼이 "전기차" , "하이브리드카" , "수소차" 정도의 세가지 옵션이 있다고 할 때, 세가지 옵션에 다 투자한 기업에서는 필수불가결하게 두가지 옵션은 실패로, 한가지 옵션은 성공의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 때 수익의 측면에서는 셋 중 하나라도 성공하면 나머지 두개의 손실을 매꾸고 남을 만큼의 성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전망이론에 따라 손실에 집중하게 되면 셋 다 투자하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어려워 집니다.
2. 매몰비용 오류
인간은 어떤 방향을 선택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일정 비용이 투자되면, 그것이 정답이 아니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일부 인지하면서도, 그 방향을 정당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 행동의 오류가 있습니다. 이를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라고 합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 를 필두로 하이브리드카에 있어서는 가장 앞서 있는 자동차 기업 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이브리드에 많은 투자를 해왔었죠. 그래서 앞으로의 미래도 하이브리드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수도 있지 않을까요?
3. 소유효과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는 무엇인가를 소유하게된 이후에는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그 소유물의 가치보다 내가 가진 그 소유물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많은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기술과 배터리 기술이 필요하고, 가치있다고 말하는데, 도요타는 자신들이 보유한 하이브리드 기술이 시장에서 인식되는 가치보다 훨씬 더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요?
알 수 없는 미래, 그리고 확증 편향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수소차.. 어떤 플랫폼이 미래의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가지게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다들 전기차가 맞다고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이브리드카는 아니라는 그런 주장을 강하게 하긴 어렵겠죠. 그러니 현재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전략이 앞으로 유효할지, 아닐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봐야 판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마도 몇년이 지나면, 객관적으로 어떤 방식이 정답이었는지 알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 에 빠져서 정답이 아닌 오답을 계속 주장한다면, 그 기업은 정말로 되돌릴 수 없는 침체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 오답이 하이브리드일지, 전기차일지, 수소차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